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오히려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무언가 숨기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괜히 절차만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입니다. 법에 적혀 있는 권리이기는 한데, 실제로 써도 되는 권리인지를 물으시는 것입니다. 그 걱정의 밑바닥에는 진술거부권을 쓰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숨길 것이 있는 사람이 쓰는 권리라는 통념입니다.
제가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검토하는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너무나 예상치 못했던 증거를 제시받아, 준비해 간 나름의 방어 전선이 모두 무너지고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 생겼을 때입니다. 그때는 일단 후퇴하는 의미에서 진술거부권 행사를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사건이 끝날 때까지 계속 진술을 거부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해당 조사에서 일단 물러나는 것입니다. 다음 조사 때까지 방어선을 다시 구축하는 시간을 버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 권리의 법적 지위를 미리 설명드립니다. 진술거부권의 행사는 그 자체로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법의 태도입니다. 그리고 제가 겪어 온 실제 절차에서도 그렇습니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전부를 정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진술을 시작한 뒤라도 개별 질문에 대하여 언제든지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준비와 이해를 해 놓은 상황에서는, 실제 조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의뢰인들도 잘 받아들이십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나면 처음의 질문이 다르게 보입니다. 진술거부권은 숨길 것이 있는 사람의 표식이 아니라, 방어를 이어 가기 위한 작전의 한 수입니다. 입을 다물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 일단 물러나 다음 조사까지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그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하는지 못지않게, 어떤 진술을 하지 않고 다음 기회로 넘기는지도 방어의 일부입니다. 후퇴라는 말이 지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물러날 자리가 있는 싸움과 없는 싸움은 다릅니다.
그래서 불리해지지 않느냐는 걱정에 대한 저의 실제 답은, 그 권리를 쓰게 될 순간이 오기 전에 미리 드리는 설명입니다. 권리는 조사실에서 처음 꺼내 드는 것보다, 미리 이해된 채로 준비되어 있을 때 행사하기 어렵지 않게 됩니다. 그 순간이 오지 않는 조사가 가장 좋은 조사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순간이 왔을 때 물러설 자리를 미리 만들어 두는 일만은, 앞으로도 거르지 않을 생각입니다.
덧붙임 — 진술거부권의 법적 근거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진술을 시작한 뒤에도 개별 질문에 대하여 언제든지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불리한 간접증거로 삼거나 유죄를 추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