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날짜가 잡히면 저는 의뢰인과 마주 앉아 예상질문을 뽑는 자리를 갖습니다. 예상질문을 뽑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사건에 대한 파악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상질문 자체를 뽑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작업은 의뢰인을 위한 준비이기 이전에, 변호사인 제가 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뽑아 놓은 질문의 목록이 곧 준비의 수준을 보여 줍니다.
질문을 뽑고 나면 각 질문에 대한 나름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해 드려야 합니다.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작업입니다. 이때의 위험은 흔히 상상하시는 것과 방향이 다릅니다. 수사관의 함정 질문이 아니라 의뢰인 자신의 진술입니다. 예상질문에 대하여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진술만 해 나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하고 싶은 말과 해도 되는 말은 같지 않고, 어디까지가 기억이고 어디부터가 짐작인지의 경계도 미리 그어 두어야 합니다.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나온 자신의 진술이 어떤 위험을 갖는지, 조사 전에 미리 인식해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소리 내어 문답을 실제로 시행해 봐야 합니다. 준비한 답을 눈으로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질문을 받고, 입을 열어 말로 답해 보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실제 입을 열어 진술해 보면 눈으로 읽은 것과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십니다. 눈으로는 매끄럽던 답이 입에서는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확인하시게 됩니다. 제가 따로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뢰인 스스로 느끼십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인 순간입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제가 하는 일은 답을 고쳐 드리는 일이라기보다, 느끼시게 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글로 확인하는 것과 실제 질문을 받고 실제 답변해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조사실에서 의뢰인이 받게 될 것은 종이 위의 활자가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로 던져지는 질문이고, 의뢰인이 내놓아야 하는 것도 눈으로 고른 문장이 아니라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를 조사실에서 처음 겪게 해서는 안 됩니다. 미리 겪어 본 사람과 처음 겪는 사람은, 같은 질문 앞에서 다른 자리에 서 있게 됩니다.
그래서 조사 전의 마지막 준비는 언제나 말로 끝납니다. 종이를 덮고, 마주 앉아, 소리 내어 묻고 답하는 것입니다. 그 한 번의 문답이 조사실에서 의뢰인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다음 사건에서도 같은 자리를 만들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