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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경찰조사 전 변호인의견서를 미리 내는 이유 — 형사전문변호사의 설명

형사·성범죄 배철욱 대표변호사 · 2026-08-19 16:19

조사를 앞둔 분들께 저는 이런 설명을 드립니다. "피의자 조사는 흡사 기울어진 운동장에 진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조사실에 앉는 순간, 마주 앉은 수사관은 백지의 상태가 아닙니다. 고소 사건이라면 수사관은 고소인이 작성한 고소장을 이미 읽었고, 고소인이 낸 증거를 확인했고, 먼저 이루어진 고소인 조사에서 그쪽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습니다. 수사관 개인이 공정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누구라도 한쪽의 이야기를 그 순서로, 그 깊이로 먼저 읽고 나면, 들어주는 질문보다 확인하는 질문이 먼저 나오게 됩니다. 내 말을 차분히 들어주는 상황보다는, 고소인이 주장한 사항을 하나하나 캐어 물으며 확인하는 상황이 전개될 확률이 훨씬 큰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일을 하나 합니다. 우리의 입장이 잘 정리된 변호인의견서를 조사 전에 미리 제출하는 것입니다. 먼저 읽힌 이야기 위에 우리의 이야기를 겹쳐 놓아,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인식의 균형을 잡아 두려는 것입니다. 의뢰인은 우리 말을 들어줄 여건이 만들어진 운동장에서 첫 진술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의견서가 설득력이 있는 경우, 조사실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수사관이 피의자신문을 준비하면서 질문의 구성 자체에 우리가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을 반영해 두었고, 어떤 조사실에서는 미리 제출된 의견서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가 진술할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모니터에 떠 있는 조서초안에 미리 타이핑되어 있기까지 했습니다. 우리의 진술을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넘어, 이미 경청하였다는 방증입니다.

경청은 조사실 안에서 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조사실에서 "제 말도 들어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것과, 들어가기 전에 이미 읽히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경청은 조사 전에, 글로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건에서 의견서를 미리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소장에 의해 수사가 시작된 사건이 아니라면, 수사가 무엇을 문제 삼는지 짐작할 단서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의뢰인의 일방적인 주장에만 기대어 의견서를 작성해 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때는 조사를 진행하며 수사관의 질문 내용을 토대로 피의사실을 헤아려 가면서 그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운동장이 기울어 있다는 것은 절망할 일이 아닙니다. 그 기울기는 누구의 악의가 아니라 절차의 순서가 만든 것이고, 순서가 만든 기울기는 순서로 잡을 수 있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 그 조사실의 운동장은 얼마나 평평했는지, 우리가 미리 낸 글은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읽혔는지.

덧붙임 — 조사 전후의 변호인 조력

피의자 또는 변호인 등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

고소 사건에서는 정보공개 청구 등의 절차를 통해 고소 취지를 확인한 뒤 조사 전에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의사실을 짐작할 자료가 없는 사건에서는 조사 전 의견서 제출이 어렵거나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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