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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로스쿨 1기 변호사에게 선배가 없었던 시절 — 어느 대표변호사의 회고

형사·성범죄 배철욱 대표변호사 · 2026-08-19 16:19

후배변호사가 올린 서면을 통과시키며 "잘 썼다" 한마디를 건넨 때가 있습니다. 그 짧은 말로도 뜻이 전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길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 네 글자를 적다가 문득, 초년의 제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저는 로스쿨 1기 출신입니다. 제가 변호사 일을 시작했을 때, 세상에 로스쿨 출신 선배 변호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법연수원 출신 선배들은 물론 계셨습니다. 다만 그분들은 제가 로스쿨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받았고 당시 지식이나 경험의 상태가 어떠한지 정확히 알기 어려우셨을 것입니다. 연수원 2년차 교육과정에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법원, 검찰, 변호사 실무도 거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리하였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수원 기수에 따라 선후배가 정해지는 수직의 라인이 있고, 저는 최초로 그 라인의 밖에 서 있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다소 이질적인 존재를 앞에 둔 어정쩡함이었을 것입니다. 일부는 적대적이었고, 일부는 무관심했고, 일부는 관심을 가졌으나 저희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법인에도 대표변호사님이 계셨고, 간간이 그분의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사수와 부사수처럼 옆에 붙어 배우는 멘토 교육을 받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초년의 저는 제가 쓴 서면이 잘 쓰인 것인지 확인할 길이 많지 않았습니다. 서면을 내고도, 이것이 좋은 서면이었는지 말해줄 사람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로스쿨 1기를 두고 "스스로 자란 기수"라는 비유적 표현이 나온 것도 그런 사정에서였습니다.

변호사 생활이 쌓이고 나서 돌아보니, 제가 서 있는 자리가 달라져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후배들의 서면을 읽고, 통과와 반려를 정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말해주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무실의 후배들은 서면을 쓸 때마다 충분한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서면이 잘 쓰였는지 확인해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초년의 제가 갖지 못했던 것을, 후배들은 절차로 갖게 된 셈입니다. 스스로 자란 기수가, 다음 기수들은 스스로만 자라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서면 검토후 후배변호사에게 "잘 썼다" 네 글자의 말을 덧붙입니다. 그 말을 건넬 때 저는 그 말이 후배에게 무엇으로 도착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한마디를 들을 곳이 많지 않았던 시절을 보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의 저에게도 서면을 읽고 "잘 썼다"라고 말해줄 선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씁쓸함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씁쓸함 덕분에 저는 그 네 글자가 얼마나 큰 말인지 알고 있으니, 그것도 그 시절이 남겨준 것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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