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조사에는 변호인이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변호인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사관의 의중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신문의 내용을 통해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짐작해 내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의뢰인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하고, 난처한 질문을 받을 때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드리고, 본질적으로는 심리적 안정을 드리는 것입니다.
결국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는 수사관과 의뢰인 중간에서 매우 섬세한 줄타기를 계속하게 됩니다.
여기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변호사가 들어가면 아무 말도 못 하게 막는다고들 생각하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저는 일단 의뢰인이 진술하시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 진술의 내용에 대해 변호인으로서 기회를 얻어 보강 설명을 합니다. 그 부분은 나중에 서면에서도 다시 보강되어야 하므로, 조사 중에 최대한 세세히 메모해 둡니다.
다만 급박한 때가 있습니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저는 의뢰인과 미리 약속해 둔 행동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정해 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질문이 그런 질문인가.
의뢰인이 깊이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대답할 만한 내용인데, 법리적으로는 매우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질문입니다.
사실관계에 관한 질문은 의뢰인도 유불리를 비교적 쉽게 판단하십니다. 그날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보냈는지 — 이런 것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어느 쪽이 자신에게 불리한지 아십니다.
어려운 것은 법적인 평가가 걸린 질문입니다.
"그때 알고 있었습니까." "그렇게 될 줄 아셨습니까." "두 분이 미리 이야기한 것입니까." 사실을 묻는 것처럼 들리지만, 답에는 고의나 인식, 공모 같은 법적 평가가 함께 실립니다. 이런 질문에서는 일반인이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렵고, 오히려 반대로 판단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는 변호인의 제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사가 끝나면 저는 대단히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진심으로 그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그가 진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그가 어떤 특별한 경험이 있든, 그가 설령 수사관 출신 혹은 현직 경찰이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면 매우 힘들어합니다. 그 일이 어떤 일인지는 해 본 사람만 압니다.
시간이 허락하면 커피 한 잔이라도 함께 하고 보내 드리려 합니다. 시간이 안 되면 테이크아웃이라도 합니다.
조사 내용을 그 자리에서 복기하지는 않습니다. 사무실에 돌아가 저 혼자 해도 충분합니다. 바로 옆에서 조사를 함께 겪었고, 중요한 부분은 대부분 제가 메모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절차 안내도 가급적 하지 않습니다.
그날 쓸 수 있는 집중력과 에너지를 이미 다 쓰셨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임 —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 피의자나 변호인이 신청하면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
- 피의자가 변호인의 참여를 원한다고 명백히 밝혔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참여시키지 않고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3359 판결).
- 조서는 피의자가 열람하거나 읽어 주어야 하며,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증감·변경을 청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그 내용이 조서에 추가로 기재됩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의견이 기재된 조서는 변호인이 열람한 뒤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되어 있습니다(같은 법 제243조의2 제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