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가 끝나고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지날 때쯤 전화가 옵니다. 첫마디는 대부분 같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는 하소연입니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조사는 끝났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답답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인 저로서도 언제 조사가 끝난다고 확실히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찰 수사가 일이 많이 밀려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다릴 시간이라고 차분히 설명해 드립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변호인들은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정보공개신청으로 피의자신문조서를 확보합니다. 조사 전에 고소장을 확인하기 위해 쓰는 절차를, 조사 후에는 조서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쓰는 것입니다. 확보한 조서를 놓고 부족한 진술은 없었는지, 잘못 읽힐 위험이 있는 진술 부분은 없는지 점검합니다. 조서는 말한 대로만 적히는 것이 아니어서,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는 대목이 남기 때문입니다. 조사에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의견서로 보완하고, 맥락 없이 읽으면 오해될 수 있는 진술이 있다면 그 맥락을 서면으로 설명해 둡니다. 중간중간 수사관에게 연락해 사건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조사 진행 사항을 문의하고, 필요한 것은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계속 서면으로 제출합니다.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 내는 것입니다.
말이 아니라 서면으로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화로 하는 말은 통화가 끝나면 사라지지만,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는 수사기록에 남습니다. 단순히 말로 하는 것보다, 수사기록에 편철될 의견서에 훨씬 더 강한 힘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의견서가 실제로 결과를 움직였는지는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결과에 좀 더 가까이 가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결과가 보장되어야만 노력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이라면 그냥 하는 것입니다. 변호인의 일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는 물음에 저의 답은 두 겹이 됩니다. 기한은 지금도 약속드리지 못합니다. 다만 그 기다림의 구간이 비어 있는 시간은 아니라는 것, 의뢰인이 기다리시는 동안에도 수사기록 안에는 변호인의 서면이 쌓이고 있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같은 시간이 의뢰인에게는 기다릴 시간이고, 변호인에게는 일할 시간인 것입니다.
덧붙임 — 피의자신문조서의 정보공개청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 따라 모든 국민은 공공기관에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집니다. 실무상 자신이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이 절차를 통해 확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수사 중인 기록의 일부는 공개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