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를 받으러 가시는 분들은 대부분 같은 전제를 갖고 계십니다. 내가 말한 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조서에 적힐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그래서 준비도 말할 내용에만 집중됩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 정리해 가면, 말한 것이 그대로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서는 녹취록이 아닙니다.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는 과정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렇습니다. 수사관이 묻고, 피의자가 대답하면, 다시 수사관이 기재합니다. 묻는 자와 기재하는 자만 놓고 보면, 수사관이 묻고 같은 사람이 기재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 굉장한 위험이 있습니다. 수사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듣고 기재하지만, 기재하는 순간 이미 자신의 해석을 기반으로 자신이 정리한 내용을 적게 됩니다. 물론 진술한 대로 기재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해석이나 정리가 필요 없는 진술이 그렇습니다. 다만 조서에는 그런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해석과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 정작 유죄 판단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조사실에서 그 갈라짐은 요란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수사관이 일방적으로 다르게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진술을 듣고 "그러니까 ~했다는 것이죠?"라고 되물으며 진술을 한 번 정리한 다음, 그 취지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변호사가 입회해 있으면 그런 노골적인 시도가 덜하고,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더할 것이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오해는 없으셔야 합니다. 수사관이 임의로 진술 내용을 조작해 기재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조서(調書)의 '조'자는 '고를 조'이고,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사실관계를 자세히 조사하고 정리한다'는 의미입니다. 조서라는 말 안에 이미 수사관이 정리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조작이 아니라, 그 고르고 정리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조사실에 앉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실수 아닌 실수라고 부릅니다. 몰라서 생기는 일이고, 처음 조사를 받는 분이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는 조서가 어떻게 기재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피의자 쪽에서 화면이 보이는 양면 모니터를 쓰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조서 작성이 모두 끝난 뒤에야 조서를 열람하고 잘못 기재된 부분의 정정을 요청할 수 있을 뿐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그래서 조사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의자의 실제 진술이 최종적으로 조서에 기재되게 하는 것입니다. 되물음 하나하나에 말을 자르고 들어가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실무적으로도 쉽지 않습니다. 저는 통상 그 자리에서 싸움을 붙기보다, 무엇이 어떻게 정리되었는지를 자세히 적어 두었다가 조서 확인 기회에 실제 진술대로 정정을 요청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말한 대로 적히게 만드는 일은, 말하는 순간이 아니라 말한 뒤에 시작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