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를 앞둔 분들이 자주 하시는 걱정이 있습니다. 수사관에게 밉보이면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 그러니 잘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걱정의 절반은 맞는 말입니다. 저는 수사관과의 관계도 넓게 보면 인간관계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고, 의뢰인들께도 이 점을 충분히 설명해 드립니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을 베풉니다. 하물며 자신의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수사관에게, 불필요한 행위로 굳이 밉보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실익도 없이 괜히 적대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이익도 없이 손해만 있는 일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선이 있습니다. 피의자로서 해야 할 행위는 그대로 하면서, 사소한 행동 하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충분한 예의를 담는 것. 거기까지입니다. 잘 보이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진술을 보태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그런데 조사실에 들어가 보면, 걱정과는 반대 방향의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잘 보여야 할 것 같았던 수사관이 먼저 친절을 건네 오는 것입니다. 커피를 권합니다. 우리 수사팀은 좋은 원두를 쓴다고, 마셔 보면 확실히 알 것이라고, 아이스도 된다고 권합니다. 고향이 같으면 고향 이야기가 나오고, 혹시 누구를 아느냐며 지인의 이름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사관은 조사 전에 이렇게 라포, 그러니까 심리적인 유대감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굳이 나쁜 의도로 볼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기능은 정확히 보아야 합니다. 피의자의 긴장감을 없앤다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본능을 줄이는 것이고, 결국 수사에 유리한 진술을 얻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충분한 법률적 조언을 받지 못한 상태라면, 이 호의 아닌 호의에 모든 긴장을 풀고 수사관에게 리드당한 채 술술 진술해 버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의 조언은 한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예의 바르게 행동하되, 수사관과 친해지지는 마시라.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의와 친함은 다른 일입니다. 예의는 지키는 것이고, 친함은 놓아 버리는 것입니다. 결국 걱정의 방향이 반대인 셈입니다. 조사실에서 조심해야 할 순간은 수사관에게 밉보이는 순간이 아니라, 마음이 놓이는 순간입니다.
조사에 입회해 있다가 그런 순간이 오면, 저는 제 컴퓨터 모니터에 두 줄을 타이핑해 의뢰인에게만 넌지시 보여 드립니다. '방심하지 말 것, 끌려가지 말 것.' 말로 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수사관이 건네는 호의를 그 자리에서 지적해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깨워야 하는 것은 수사관의 호의가 아니라 의뢰인의 방심입니다.
그 두 줄 덕분에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 조사를 마친 의뢰인들은 대부분 만족해 하십니다. 그리고 수사가 중반을 지나면 제가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아시게 됩니다. 수사관의 최종 의도는 피의자와 친분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쯤 되면 처음의 걱정도 함께 풀립니다. 수사관에게 잘 보일 필요도, 잘 보이려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예의면 충분합니다.
덧붙임 —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에 따라 피의자나 변호인 등이 신청하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합니다.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