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관련 사건이 많은 기록을 넘기다 보면 같은 변호사의 서면을 반복해서 만나게 됩니다. 그 무렵 제가 기록에서 자주 마주친 변호사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지금은 성함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느 지역에서 일하시던 분이라는 것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그분이 맡은 사건은 연대보증의 효력 자체를 다투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분의 의뢰인은 연대보증란에 서명하고 날인한 사람이었습니다. 서명과 날인이 있는 연대보증의 효력을 부인하는 일이 얼마나 좁은 길인지는, 경력이 짧던 저의 눈에도 보였습니다. 법리상으로는 명백히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변호사님은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 효력을 다투고 계셨습니다. 그 사건은 보증보험 계약을 둘러싸고 연대보증의 효력을 다투는 사건이었던 터라 선행 관련사건이 많았었고, 저는 그 사건에서 그 변호사님이 진행했던 선행 사건들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히 상대방의 서면들도 함께 읽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형로펌 변호사들의 서면은 그분의 주장을 향해 모욕적 언사에 가까울 정도의 어투로 비난하고 힐난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법리상 명백해 보이는 주장을 반복해서 받아내야 했던 상대방의 사정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힐난의 서면들 사이에서 그분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꿋꿋하게 자기 주장을 이어가며 소송을 이끌어 가고 계셨습니다.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도저히 이 정도는 못하겠구나. 이것은 또 다른 경지구나. 다만 이분의 자세와 태도는 반드시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다. 소송에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몰려도, 이분이 보였던 태도는 기억해야겠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질 것이 명백해 보이는 사건, 상대 변호사의 파상공세, 재판부의 무관심과 심리종결의 압박, 그 세 가지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그때 그 변호사님 정도의 상황은, 돌아보면 저에게는 아직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다시 생각해 보니, 제가 그런 경우가 생길 만한 사건을 이미 미리 피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함도 잊었고, 소속도 지역 정도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태도만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변호사가 변호사에게 남기는 것이 승패도 이름도 아니라 태도일 수 있다는 것을, 저는 그 기록들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일방적으로 열위에 있는 자리, 난처한 자리에 설 때마다, 그분이 보였던 그 의연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