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확률이 낮으면 그만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들 합니다. 승산을 계산해서, 낮으면 그 사건을 접는 것. 그것이 냉정하고 전문적인 조언이라고들 합니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승산을 부풀려 가면서 절차를 권하는 것이야말로 변호사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저도 그 계산을 합니다. 고소한 사건이 불송치되면 기록을 다시 폽니다. 불송치 이유를 읽고, 우리가 제출했던 증거들이 어떻게 평가되었는지를 가늘하고, 이의신청을 하면 다른 판단을 받을 여지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봅니다. 그렇게 검토해 보아도 쉽지 않아 보이는 사건이 있습니다. 그 판단은 의뢰인께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쉽지 않아 보인다고.
그런데 거기서 제 조언은 계산과 반대로 갈 때가 많습니다. 의뢰인께 추가 비용 부담이 없는 상황이라면, 후회 없이 남은 불복 절차를 모두 거치시라고 권합니다.
이길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확률을 떠나 판단하는 주체가 바뀌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불송치에 대한 불복은 단계마다 읽는 사람이 달라지는 절차입니다.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경찰의 손을 떠나 검사에게 송치됩니다. 검사가 기소하지 않으면 상급 검찰청에 항고할 수 있고, 거기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보고, 검사가 보고, 법원이 봅니다. 같은 기록이라도 읽는 눈이 바뀝니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재정신청은 법원의 판단을 받는 절차입니다. 법원이 공소제기결정을 하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의 판단으로 닫혔던 사건이 법원의 판단으로 다시 열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희망의 끕을 미리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최종적으로 원하시는 결과를 얻지 못하시더라도, 후회나 미련이 없어진다는 것 — 그것도 의뢰인께는 굉장히 필요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과가 안 바뀜면 헛수고가 아닌가, 그렇게 물으실 수 있습니다.
절차를 다 거치고도 결과가 그대로였던 사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결과 앞에서 저를 질책하신 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분들은 불복이 진행되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변호사가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대변하고 있는지를 서면으로 매번 확인하셨습니다. 이의신청서에서, 항고이유서에서, 재정신청서에서 —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이 빠짐없이 개진되는 것을 직접 경험하셨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변호인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안 될 절차라고 마지막 서면이 가벼진다면, 거치는 것은 절차가 아니라 요식이 됩니다.
물론 모든 사건에서 이렇게 권하는 것은 아닙니다. 절차가 더해질 때마다 비용의 부담이 새로 생기는 상황이라면 계산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승산의 계산은 지금도 합니다. 다만 그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 결과가 있다는 것을, 저는 사건이 끝난 뒤의 그 자리들에서 배웠습니다.
덧붙임 — 불송치 이후 불복의 단계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소인·피해자 등(현행법상 고발인 제외)이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치됩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송치받은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경우, 고소인 등은 상급 검찰청에 항고할 수 있습니다(검찰청법 제10조).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고, 법원이 공소제기결정을 하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60조·제26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