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에 변호사가 함께 들어간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비슷한 장면을 떠올리십니다. 불리한 질문이 나오는 순간 옆에서 변호사가 막아서는 장면입니다. 변호인은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수 있으니, 그 자리에 앉는 이유도 그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조사에 함께 들어가 달라는 요청에는 많은 경우 그 상상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실제 조사실의 역학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의뢰인이 대답을 하기 어려워하는 그 순간 바로 조사에 개입하는 것은, 수사관에게 조사방해로 받아들여져 절차 진행이 일부 껄끄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수사관의 입장에서는 진행 중인 신문의 흐름이 끊기는 일이니,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경우 바로 개입하지 않고, 조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약간의 시간을 드리며 기다립니다. 그 순간 불리한 진술이 일부 나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불리한 매 순간 변호사가 조사에 끼어드는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좋지 않습니다. 중요한 쟁점에 대하여 피의자의 일부 진술이 나오고 더 나아가 어떻게 진술해야할지 난감해 하는 그 순간 정도에 개입하는 것이 더 나을때가 많습니다. 잠시 피의자와 상의할 시간을 달라고 말입니다. 이 정도의 타이밍은 수사관도 조사 방해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무상 더 중요한 점은, 같은 취지의 말이라도 누구의 입에서 나오는지에 따라 무게가 다릅니다. 조사를 잠시 멈추어 달라는 요청은 피의자가 해야 절차에 맞고, 수사관도 크게 막지 못합니다. 변호인이 그 순간 요청의 주체가 되면 수사관은 조사를 방해받는다고 여기게 되는 것을, 저는 여러 조사실에서 보아 왔습니다. 그 말은 피의자의 입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사 준비 과정에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 너무 사사건건이어서는 안 되지만 — 변호인과 상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수사관에게 먼저 완곡하게 말씀해 달라고 의뢰인을 미리 교육해 드립니다. 변호인과 상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이 한 문장은, 그러고 보면 저와 의뢰인이 나누어 쓰는 문장입니다. 의뢰인이 먼저 꺼내면 절차에 맞는 요청이 되고, 의뢰인이 미처 꺼내지 못한 자리에서는 제가 조사방해라는 의심을 피하는 형태로 개진합니다. 같은 문장이 놓이는 자리를 미리 정해 두는 것, 그것이 준비의 실질입니다.
그러니 조사실에서 변호인이 해 드리는 가장 결정적인 일은, 조사실 밖에서 이미 끝나 있는 셈입니다. 예상 문답을 소리 내어 돌려 보는 일도, 이 한마디를 미리 넘겨 드리는 일도 모두 조사가 시작되기 전의 일입니다. 그 순간 막아서는 변호사를 상상하고 오신 분께는 실망스러운 답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의 이 준비만은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