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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내 변호사가 사건을 잘 알고 있는지 드러나는 순간

형사·성범죄 배철욱 대표변호사 · 2026-08-11 16:36

사건을 잘 아는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물어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거꾸로입니다.

사건을 충분히 파악한 변호사는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기록을 읽었기 때문에 묻습니다. 무엇이 비어 있는지 보이고, 어느 대목이 결론을 가르는지 보이기 때문에 확인할 것이 생깁니다.

뒤집으면 이렇게 됩니다. 물을 것이 없는 변호사는 기록을 읽지 않은 것입니다. 침묵은 관록이 아닙니다.

질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런 적극적인 질문은 대부분 적극적인 확인행위 즉 소송행위로 이어집니다. 그 점이 왜 중요한지 의뢰인께 설명하게 되고, 설명한 것은 반드시 준비서면의 주장으로 가거나 법원에 내는 증거신청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준비서면은 정해진 기일보다 훨씬 먼저 제출해 변론기일 자체를 이끌게 됩니다. 상대방의 반박서면에는 지체 없이 재반박합니다.

많은 재판을 경험해보면, 소송의 주도권은 서면에 담긴 논리로만 행사되는 것은 아닙니다. 적극적 대응으로 행사되는 경우가 더 많음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끌려가는 변호사는 대부분의 서면을 마감에 맞춰 냅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한 변호사의 타고난 재능의 문제라기보다는, 법인이 돌아가는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재능의 문제라면 쉽게 따라할 수 없겠지만, 시스템의 문제라면 일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수동적인 태도로 소송에 임한다고 해서 항상 재판에 지는 것도 아니고 또 변호사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문제는 수동적인 태도와 더딘 대응은 결국 상대방에게 끌려가는 재판이 되기 쉽고, 그렇게 끌려만 다니는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맥락을 잃는다거나, 우리 입장에서 반드시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는 큰 길을 놓아 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도 안되는 주장에 반박만 하다가 정작 우리가 집중했어야 할 우리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맥락입니다.

의뢰인은 법률을 모르십니다. 그러나 변호사가 재판을 주도하는지 끌려가는지는 아십니다. 소송에 약간의 관심만 가지면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러니 이 과정을 의뢰인이 모르실 수 없습니다. 표현하지 않으실 뿐입니다. 표현을 못하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물을 것이 많은, 확인할 것이 많은 재판이 편한 재판은 아닙니다.

다만 물을 것이 없었던 재판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저는 제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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