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말하고 오면 되지 않나요."
경찰 조사를 앞둔 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그만큼 결백을 주장하고 계신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말의 밑에는 하나의 믿음이 있습니다. 내가 억울하니, 내가 아는 대로 잘 설명하면, 공무원인 수사관이 그 억울함을 헤아려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 믿음은 조사 직후에는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고 오신 분은 그 직후에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미처 깨달을 수가 없으십니다. 어긋남은 몇 주, 몇 달이 지나 송치 또는 불송치라는 결과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그 결과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씀과 함께 사무실을 찾게 되시는 것입니다. 그때 화살은 대개 수사관을 향해 있습니다. 수사관이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수사관이 조사를 엉망으로 했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수사관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기록을 실제로 확인해 보면, 맥락을 잘못 짚으신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수사관 개개인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수사기관의 존재 목적, 수사관의 직업적 특성이라는 본질적인 부분의 문제입니다. 수사관은 억울함을 헤아려 해결해 주는 자리가 아니라, 진술과 증거가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결백'과 형법이 정하는 '구성요건해당성'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죄가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게 되는지는 상당히 기술적인 부분이어서, 상식적인 추측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실에서 이런 답을 드리게 됩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상식에도 맞고 논리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형법에서 죄가 되고 안 되고는 상식과 경험칙에 맞는지, 논리적인지 아닌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형법 조문이 말하는 구성요건 몇 가지에 해당하면 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한데, 지금 선생님께서는 그쪽 측면에서는 생각을 하고 계시지 않는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 아닐까 합니다."
저는 이것을 간과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간과라기보다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진심이 부족했던 것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겠다는 태도가 틀린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 말이 도착하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를, 그 자리에서 내 말이 어떤 요건 위에서 읽히게 되는지를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하셨을 뿐입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말하고 오면 되지 않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저의 답은 언제나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 말씀하고 오시라, 다만 수사관은 같은 내용도 달리 받아들일 수 있음을 잊지 마시라. 저는 오늘도 상담실에서 같은 답을 드리고 있습니다.
덧붙임 — 죄의 성립 판단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는 억울함의 크기나 정황의 상식성이 아니라, 문제 되는 행위가 형법 또는 특별법의 해당 조문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유는 없는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의 순서로 판단됩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느 조문의 어느 요건에 놓고 보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