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오신 분들은, 대부분 그 일이 처음입니다. 당황하고 걱정하시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반응입니다. 최초에 수사관의 전화를 받을 당시 경황이 없었던 터라 최소한 확인해야 하는 사항조차 묻지 못한 채, 그저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날짜 그 하나만을 기억하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어디 경찰서인지 수사관의 이름이 무엇인지 제대로 묻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상담실에서의 말씀도 그 상태 그대로입니다. 어떤 고소사실로 수사를 받게 되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니, 말 그대로 모든 상황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모두 말씀하시게 됩니다. 횡설수설이 되기도 하고,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시는 바를 길게 설명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일단 다 들어드립니다. 들어 보면 그 말씀 속에는 사건과 무관한 내용이 많지만, 사건에 관한 내용 역시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모르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른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가진 분들도 형사절차에 대해서는 너무도 모르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변호사인 제가 내과나 외과의 지식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입니다.
그다음부터는 저희의 일이 시작됩니다. 연락은 걸려온 그 번호로 되겁니다. 그 번호로 저희가 연락하여 수사관이 누구인지, 사건번호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합니다. 변호사가 할 경우라면 변호사가, 직원이 할 경우라면 직원이 합니다. 누가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 사건이 존재하는지, 어떤 종류의 사건인지, 우리의 지위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소장의 주요 내용을 확인하고, 미리 우리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준비하고, 수사관과 조사 날짜를 조율하는 일까지가 그 다음의 절차입니다.
그러니 그 전화에서 무엇을 확인했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확인은 애초에 의뢰인의 몫이 아니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받은 그 순간에 침착하게 물을 것을 다 묻는 분은 거의 없고, 그러실 필요도 없습니다.
고소장이 확보되고 나면 두 번째 상담은 다른 자리가 됩니다. 모든 상황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확인된 내용을 놓고 압축된 범위에서 이야기를 이어 갈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날짜 하나만 기억하고 오신 분께 제가 실제로 드리는 말씀은 이것입니다. 아무 정보도 기억하지 못하셨어도 됩니다. 저희가 다 확인하여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조사 일정도 다시 조율하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