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상담에서 결과를 묻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짧은 순간이지만 매우 많은 고민을 합니다. 고민의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내담자께서 듣고 싶어 하시는 답을 저는 정확히 알고 있고, 선임을 위해 제가 이 순간 말해야만 하는 답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두 답은 같습니다. 된다는 답입니다. 문제는 그 답이 많은 경우 옳은 답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당장 선임을 받기 위해서라면 그 모범답안을 말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많은 경우 그 모범답안을 택하지 못합니다. 대신 지금은 결과를 장담하듯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절차를 하나하나 풀어 가며 이해하고 납득하실 수 있는 수준까지 설명하고 또 설명합니다. 그 설명은 길고, 하는 저에게도 고단합니다.
설명이 끝나면 반응이 갈립니다. 차분하고 분석적인 분들은 그 긴 설명에 충분히 공감해 주십니다. 다만 소위 말하는 화끈한 성격의 분들께는, 이 긴 설명이 자신감 없는 태도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납니다. 충분히 합리적인 설명을 다 들으시고도 "저는 무조건 된다고 말해주는 그런 변호사가 필요합니다"라는 말씀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시는 분들도 분명히 계십니다. 저는 붙잡지 않습니다. 문을 나서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건네는 말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사 초년에는 그 아쉬움이 컸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그 사건을 선임했을까 하는 후회 섞인 머릿속 피드백을 많이 떠올렸고, 앞으로는 모범답안만을 이야기하리라 다짐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눈앞의 사건 한 건을 선임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그런 아쉬움이 더 적습니다. 마음이 넓어져서가 아닙니다. 저도 내심 그런 성향의 의뢰인과는 쉽게 일심단결하여 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된다는 말로 시작된 관계는, 결과가 그 말과 달라지는 순간부터 흔들립니다. 그 흔들림 위에서는 변호사도 의뢰인도 사건에 온전히 힘을 모으기 어렵습니다.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스스로는 그 정도의 느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내일도 상담실에는 결과를 묻는 질문이 먼저 도착할 것이고, 저는 다시 그 짧은 고민을 한 뒤에, 긴 설명을 시작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