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법인에는 창업기념일이 없습니다.
세 사람이 어느 날 한자리에 모여 결의를 하고, 그날을 기점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원결의 같은 장면은 우리에게 없었습니다. 마치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김광수 변호사는 저의 중학교, 고등학교 동기입니다. 박천사 변호사는 저의 로스쿨 동기입니다. 다만 걸어온 길이 서로 다른 세 사람이, 굳이 말하자면 저를 중심으로 뭉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일합니다. 직원에 관한 일은 제가, 회계는 김광수 변호사가, 광고는 박천사 변호사가 맡습니다. 그 밖의 수많은 일은 그때그때 상의해서, 함께 또는 누군가가 처리합니다. 박천사 변호사는 서울사무소 소속이어서 많은 논의가 단체대화방에서 이루어집니다. 일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꼭 셋이 아니라 두 사람이 상의해서 처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드시 세 사람이 모이는 것은 어렵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인데, 어떻게 보면 이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동업은 오래가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저희가 동업을 시작할 때도 지겹게 들은 말입니다. 걱정인지 저주일지 모를 그 말에는 이유가 다 있을 것입니다. 각자 자기 사무소를 차릴 수 있는 변호사들이 한 살림을 하는 일이니, 의견이 부딪히기 시작하면 갈라설 이유는 언제든 충분합니다. 그리고 실제 그런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됩니다. 오히려 잘 되는 케이스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크게 의견이 대립했던 일이 많지 않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의견이 반드시 맞고 상대방의 의견이 반드시 틀리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상대방도 조직이 잘되고자 하는 바람에서 저런 입장을 취하고 의견을 개진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면, 의견이 달라도 그 대립이 심화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세 사람의 공통점은 실제로 95%가 넘고, 차이점은 5%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공통점을 먼저 인식하는 구조입니다.
시작하던 무렵 제가 가진 것은 두 가지 믿음이었습니다. 혼자가면 빨리가지만, 멀리가면 오래갈 수 있다는 격언, 그리고 오랜 기간 겪어 온 두 사람의 인품이었습니다. 특정한 목표를 공동으로 이루고자 목적을 중심으로 모인 결합이 아니었습니다. 인적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일단 어디까지 가볼 수 있을지 그 길을 떠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에게 동업은 업을 위해서 함께하는 것 즉 돈을 벌기 위해 함께 뭉친 것이 아닙니다. 함께하다가 우연히 일을 하게 된 것뿐입니다. 저희는 서로를 동업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뜻이 같은 동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일이 잘 풀릴 때나 반대의 경우일 때나 언성을 높이며 갈등을 겪었던 적 없이 그저 순리를 따르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시작한 날이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기념할 날은 없지만, 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