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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법정에서 목소리가 큰 변호사와 준비가 된 변호사

형사·성범죄 배철욱 대표변호사 · 2026-08-11 16:32

저는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그날 변론에서 나올 내용을 다시 봅니다.

기록 전체가 아니라, 그날 언급될 부분을 최대한 상세히 봅니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당당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를 높일 일도 없고, 말이 빨라질 일도 없습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여유 있게 말하게 됩니다.

비유컨대, 겁에 질린 개가 으르렁거릴 뿐인 것과 같습니다.

물론 저도 으르렁거린 적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적대적인 증인을 신문해야 하는 경우가 그랬습니다. 그런 날은 마치 싸우러 들어가는 사람 같습니다. 언성은 높아지고, 말이 빨라지고, 표현은 매우 적대적이 됩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논리와 증거가 충분한 상황이라면 그를 무기로 증인을 궁지로 몰아넣으려 했고, 논리와 증거가 없다면 기세로라도 그를 제압하려 했던 것입니다. 저년차 변호사일 때는 특히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전후 맥락 안 가리고 일단 적대적인 자라고 판단되는 사람에게는 무자비하게 대했던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물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서 얻을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를 몰아붙여도 크게 얻을 것이 없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온건하게 갑니다. 저년차 때는 적대적인 증인이면 일단 무조건 공격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진 것입니다. 지금은 실익을 따져서, 이익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그렇게 할 뿐입니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제가 몸을 사리면서 변론이나 신문에 임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적대적이라 생각했던 사람의 증언을 경청하다 보면,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적대적인 사람도 진실에 부합하는 옳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 증언을 듣는 경우에는, 한쪽 편을 들어야 하는 소송대리인으로서 내색은 못 하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눈빛, 말투, 존칭을 통해서 최대한 그를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사실 모든 증인은 법원의 실체 발견 노력에 협조하는 취지로 바쁜 일정을 잠시 멈추고 법원에 출석한 사람들입니다. 소송대리인으로서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그를 인간적으로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물며 그를 압박해서 소송에서 얻을 것이 없다면 더더욱 그를 존중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그날 언급될 쟁점을 최대한 꼼꼼히 숙지합니다.

물론 재판에 이기기 위함이나,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철저히 준비하여 평온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상대측 변호사, 증인 등 소송관계자들에게 충분한 존중을 표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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