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대세는 세 명의 변호사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법인을 시작하던 무렵 저희는 가급적 만장일치의 의사결정을 추구했습니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의견 차이를 최소화하는 방향이 맞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셋이 모두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이야기했고, 그만큼 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법인을 운영하다 보면 결정할 일은 계속 생깁니다. 사람을 뽑는 일, 비용을 쓰는 일, 사무실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일. 사건 기록 앞에서는 셋의 판단이 대체로 한 방향을 향하지만, 운영의 문제는 정답이 없는 만큼 의견이 갈리는 날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날을 지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최근에는 두 변호사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면, 세 사람이 만장일치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사람이 한 방에 모여 회의를 여는 대신, 단체대화방에서 의견을 주고받다가 두 사람의 뜻이 모이면 그대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면 다수결처럼 보입니다. 둘이 하나보다 많으니 많은 쪽을 따른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회사든 모임이든 표결은 대개 그렇게 이해됩니다. 표를 세고, 진 쪽은 승복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저희의 이러한 업무처리는 다수결에 의한 업무처리가 아닙니다. 2가 1보다 많기 때문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한 사람이 두 변호사의 의사결정을 신뢰하고 존중하여 그에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표결에서 진 사람은 반대를 유지한 채 결과에 승복합니다. 그러나 동료의 결정을 신뢰하고 따르기로 한 사람은 자기 자신의 결정을 내린 것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침묵하고 따르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결정입니다. 그래서 이런 날의 저희 사무실에는 표가 세 개 있는 것이 아니라 결정이 세 개 있는 셈입니다. 두 개의 제안과 한 개의 존중이라는 결정 말입니다. 그렇게 보면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만장일치의 의사결정을 내린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 주는 한 사람의 자리에 저도 당연히 있어 보았습니다. 저의 생각과 다른 결정을 따라간 적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경우 저는 저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의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면 함께 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처음의 만장일치와 지금의 방식은 다른 제도가 아닌 셈입니다. 조금 더디게 가던 시절의 만장일치가, 서로를 겪은 시간만큼 빨라진 것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