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인터뷰

처음에는 법학 자체에 끌렸던 것 같아요. 학부에서는 인문학을 주로 공부했는데, 법학을 처음 접했을 때 법학 특유의 체계성과 실용성에 끌렸죠. 또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말과 글이라는 소통 수단으로 언어를 정교하게 다루는 직군이라 좋았고, 변호사라는 일이 나의 전문성을 활용해 타인을 돕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종합적인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이라 잘 맞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을 보면 변호사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각자 잘 하는 영역을 최대한 살려서 자기만의 강점을 잘 활용하시는 분들인 것 같아요. 저는 활자 중독적인 기질이 있어 많은 양의 기록을 검토하고 핵심을 찾아내고 논증하는 일이 잘 맞는다고 느낍니다. 자유도가 높아서 원하는 일을 원하는 때 할 수 있고, 커리어 관리 면에서도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생기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역은 흔치 않은 것 같아 좋아요.

어디서 읽은 구절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최선의 선택은 없다. 선택을 최선으로 만드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선택은 신중히 하고 뒤돌아보지 않으려 합니다. 소송을 수행할 때의 지론이기도 합니다.

하나만 꼽기가 어려운데.... 변호사는 법을 잘 모르는 분들과 법률가들의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적 사고와 법률적 언어를 이해해서 전달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사람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문화예술법과 저작권 쪽 일을 합니다. 저는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 현대문학 비평과 영상물 시나리오 작법을 주로 공부하면서 줄곧 창작자가 되고 싶었고 창작자를 돕는 일에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로스쿨 졸업 후 들어간 직장에서 선배들께 틈만 나면 문화예술 분야와 저작권 쪽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그 결과 저년차 때부터 그 분야의 다양한 사건을 수행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분야가 제 전문분야가 되었지요.

13년차가 되면 조금은 익숙해지고 편해질 줄 알았는데, 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 끝없이 배워야 하고 교만함을 경계할 줄 알아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다른 사람의 대리인 역할을 잘해내려면 남들보다 체력과 정신력도 더 강해야 하고요.

상담할 때는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첫번째로 상담하러 오신 분이 법률 상담이나 법적 조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문적 견해나 비전을 제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의뢰인이 상담에서 원하는 목적은 승소나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향후 같은 분쟁의 예방,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 공감과 마음의 평화, 사적 복수까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상담이 끝나고 난 직후 의뢰인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법률 분쟁의 해결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전문가도 결과를 100%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상담 시까지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바로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더 유리한지에 대해 명확한 솔루션을 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과거에 가사 사건과 이주민 지원 사건을 많이 했을 때, 코피노(Kopino,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 아이의 친부를 찾아 주고 그 아이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인지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건 자체는 오래 걸리거나 복잡하지 않았지만 한 가정과 아이의 인생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운 사건이라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유전자 검사소에서 처음 만났을 때 어린 초등학생이었던 그 아이는 바르고 건강하게 잘 자라 한국 대학에 진학했고 일도 하고 있답니다.

본질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소송사무에 대해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래 운영한 사무실도 그런 시스템을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사건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변호사 개인의 역량뿐만 아니라 조직의 역량도 중요합니다.